캐릭터를 찾고, 분석해주세요.
2024.09.23

연습실 위치가 바뀌었다고 한다. 첫 날 갔던 연습실은 집이랑 가까워서 좋았는데, 오늘부터는 조금 먼 곳에 위치한 연습실로 가야 한다. 오늘 연습은 저녁부터 새벽 5시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어차피 나도 페인팅 작업을 좀 해야 해서 밤 늦게 합류하기로 한다.
좁은 골목에 위치한,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의 연습실이다. 그래도 더 넓고 벽을 따라 쭉 소파도 있어서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다. 오늘은 인원도 더 많다. 지난번에 참여하지 못했던 배우들을 포함하여 모든 인원이 참여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
B(지난번에 참여하지 못했던 배우 중 한 명)는 내가 작년 A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함께 배우로 출연했던 사람이다. 나는 반가움이 섞인 인사를 건넨다.
'작년에 OO작품 하셨었죠? 그때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이야기 들었어요.'
오늘은 소도구, 음향 등이 준비되어 있고, 연습실 조명을 이용해 암전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도 함께 한다. 암전이 될 때마다 내 패드 전원도 함께 눌러 최대한 방해가 안되게 한다.
A는 틈틈이 자신들이 도움이 되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등을 나에게 묻는다. 나는 그때마다 또 '아뇨, 지금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A는 약간은 뿌듯한 표정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저거 내가 만든 거야'한다.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해 핸들을 연결한 운전대이다. 나는 신나서 그곳으로 가 이리저리 살펴본다. 아주 정교하진 않지만 무대에서 쓰이기에는 무리가 없어보인다.
휴식 시간에 배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이며, 학교에서 시작된 인연이 극단 활동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교수님이 자신들의 공연을 보러오는 것에 대해 약간은 긴장되는 듯한 대화를 듣고, 나라면 어떨지 이입해본다.
'연기하시는 분인 줄 알았어요.' C가 말한다.
'연기도 해요.' 대답한다.
'아 진짜요? 어쩐지 관상이 연기하는 관상이었어요!'
연기하는 관상은 뭘까? 생각하며 웃어보인다.
그들의 호기심이 나에겐 익숙한 기운으로서 느껴지지만, 자세히 묻기 전엔 자세히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에,
'작품 완성되면 꼭 보여드릴게요.'라며 대화를 마무리한다.
이제 전체 런을 돈다고 한다. 며칠 사이에 훨씬 완성도가 생긴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비교적 반가운 얼굴의 B의 연기를 집중해서 본다. B는 꽃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B를 포함하여 몇몇 배우들은 본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배역을 맡은 듯하다. 그들이 그 배역의 나이처럼 보이기 위해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 집중해서 보게 된다.
런이 끝나니까 새벽 3시가 넘었다. 나는 몇 시간 자고 학교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벌써 짜증이 난다. 배우 중 한 명인 D에게 '연습 다 하고 집 가면 주무실 시간 있어요?'라고 물어본다. D는 '두 시간만 자고 알바하러 가야한다'고 대답한다. 왜인지 내 안에 있던 짜증이 사라진다.